[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수요 주는데도 가격 상승…식량안보 고민 때문이죠

입력 2024-02-05 10:00   수정 2024-02-16 16:03

수입 멸균우유가 인기를 끄는 것은 국내 생산 우윳값이 턱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아닌 생산자 단체와의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면서 우윳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산 우유에 들어가는 원유(原乳) 가격은 젖소를 키우는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 2024년 1월25일자 한국경제신문 -

최근 매출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수입 멸균우유의 인기 비결을 분석한 기사입니다. 인기의 핵심 원인은 단연 ‘가격’입니다. 1L에 3000원이 넘어간 국산 흰 우유에 비해 신선한 맛은 떨어지지만 반값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특성 등을 무기로 국산 우유의 입지를 흔들고 있습니다.

오늘은 국산 우유 가격이 높은 이유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내 우유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축은 ‘쿼터제(할당제)’와 ‘생산비 연동제’입니다. 먼저 알아둘 단어는 젖소에서 채취한 우유 원재료인 ‘원유(原乳)’입니다. 석유를 뜻하는 원유(原油)와 헷갈리면 안 됩니다.

아이들이 넘쳐나던 2000년 초반까지, 마시는 흰 우유(음용유) 소비량은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우유가 잘 팔리니 농가들이 너도나도 젖소를 키우면서 2000년대 초반 원유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를 해결하겠다며 등장한 것이 유업체들이 할당 범위 내에서 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전량 정상 가격에 매입하는 쿼터제입니다. 당시 230만~240만t에 달하던 원유 생산량보다 적은 220만t만 정상 가격을 받게 해 과잉생산을 줄인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때가 우유 소비의 정점이었습니다. 2003년 38.2kg에 달하던 우리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6.2kg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농촌 고령화로 낙농가도 줄면서 2022년 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량은 198만t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우유 소비가 줄면서 국내산 음용유 소비량은 170만t 수준으로 더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쿼터는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유업체로선 수지가 안 맞아도 매년 농가가 생산한 물량을 떠 안을 수밖에 없고, 비용이 늘어난 만큼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수요와 관계없이 생산비만 고려해 결정된 가격 결정 구조도 우윳값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2022년까지 이어져온 생산비연동제는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원유 생산비 변동분의 90~110% 범위 안에서 협상이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수요와 관계없이 생산비가 오르는 한 가격이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쿼터제와 생산비연동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우유 가격 결정 체계에 반영했습니다. 정부는 일률적 생산비 연동 방식에서 벗어나 마시는 우유(음용유) 소비량이 전년 대비 늘었는지 줄었는지(±1.7%)와 생산비 증감 여부(±4%)에 따라 가격 협상 폭에 차등을 뒀습니다.

예를 들어 생산비가 4% 이상 하락하고 음용유 소비도 1.7% 이상 준 경우 가격 협상 폭은 생산비 감소분의 80~120%가 됩니다. 반면 생산비도 증가하고 음용유 소비량도 1.7% 이상 는 경우 협상 폭은 생산비 증가분의 80~120%가 됩니다. 매년 원유 가격이 생산비 변동분의 최저 -120%에서 최대 120%까지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원유를 용도에 따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가공유는 좀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도록 했습니다. 수입산이 점령한 치즈 등 유제품 시장에서 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한편으론 젖소가 먹는 건초나 옥수수 등 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지리적 조건과 주요 영양원인 우유 자급이 갖는 ‘식량안보’의 가치를 감안하면 다소 비싸더라도 국내 우유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만만찮습니다. 국산 우유의 자리를 값싼 수입산이 차지하면서 전체 우유 및 유제품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1년 45.7%로 감소했습니다. 만약 전쟁이나 자연재해, 무역분쟁 등으로 수입선이 끊기는 상황이 미래에 벌어진다면, 우유 자급률 감소는 한국의 뼈아픈 ‘약점’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저출산으로 아이들은 줄고 농촌은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국산 우유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식량안보 가치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입니다.

황정환 기자
NIE 포인트
1. 국산 우유가 비싼 이유에 대해 분석해보자.

2. 정부가 도입한 용도별차등가격제의 경제학적 원리를 이해해보자.

3. 식량안보 차원에서 우유 자급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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